여느때처럼 뒹굴뒹굴 매일경제 뒤적이면서 일하는척 놀고 있었다.
일하는 곳 특성상 NHK, MBC, KBS, YTN을 TV 4대로 계속 틀어 놓는데 ..
갑자기 MBC에서 계속 자막으로 밤 10시 특집 방송 예고를 내보내더라.
소리 줄여 놓고 있어서 몰랐을 뿐 고개 돌리니 YTN에서는 이미 미즈메디 아저씨 얼굴로 가득.
[속보]라는 타이틀 달고 미처 채 제대로 다듬어지지도 못한 기사들이 와장창.
헐 .. 헐 .. 정말 이 말 밖에 나오질 않았다. 설마설마 했는데 .. 이건 무슨 ..
곧이어 몰아닥치던 그 전화 + 팩스의 러쉬.
지국장이 올려 놓은 볼륨 20 MBC 특집 방송 혼자 떠들더라.
기자분 앞에서 난 참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다 거짓말이랍니다."
..황교수만큼이나 나도 참 참담하더구만.
무서운 몰아댐 속에 집단구타 당하던 MBC와 뇌사판정받은 PD수첩
그리고 집단구타는 옳지 않다 손 들어주려던 한겨레와 프레시안은
함께 싸잡혀 끌려가 무자비하게 앞뒤 가리지 않던 마녀 사냥의 제물이 되었다.
네트 위의 수많은 목소리들은 스스로 내세운 국익이라는 기치 아래
진정한 국익이라는 명분이 무엇인지도 헷갈릴 정도로 과격히 뭉쳐갔다.
쏟아지던 목소리들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건
비전문가 주제에 어찌 전문가 분들의 의견에 토를 다느냐,
논문에는 논문으로 반박해라,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 된다,
후속 논문으로 밝히겠다는데 뭘 그리 시기심에 발목을 못 잡아서 안달이냐,
일개 언론 주제에 감히 사이언스가 인정한 논문에 의문을 제기해?
..식의 깔아댐이었고 다른 목소리에 대한 묵살이었다.
그리고 그건 형태만 다른 또 하나의 폭력이었다.
이번 드라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며 느낌은
여러번 글로 풀어냈었고 그 생각에서 변한 것도 없는 터라
여기서 다시 관련해서 쓰는 건 손가락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고.
과거 관련 주제로 논쟁이 붙었던 블로거라던가
다른 여러 황우석 지지하시던 블로거 분들에게 관심이 갔다.
이 상황에서 과연 어떤 생각을 풀어 놓으셨을까.
확 링크 걸까 하다가 이제 피곤하기도 하고
그냥 당사자들은 아시겠지 싶어 그냥 치운다.
물론 대다수 분들은 이 엄청난 반전의 충격에
어찌할 줄 모르고 계시거나 슬퍼하고 계시지만
아직도 국익 운운하는 분도 계시더라.
비전문가가, 준전문가라 해도
전문가가 아니면 조용히 있어야 한단다.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데이터 조작은 이미 관행이란다.
아직도 어느 쪽이 맞는 건지는 모르는 거고
황우석이 옳든 MBC가 옳든 간에
확실한 건 어느 쪽도 국익에 도움은 되지 않을 거란다.
물론 이번 일로 한국은 과학계에서 큰 신뢰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논문 관련 데이터 조작을 통해 과학자의 기본 신뢰를 저버렸고
스스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끝까지 변명에 급급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그 의심을 제기한 것도 한국이고,
결국 그 의심을 밝혀내게 한 것도 한국이며
스스로 검증 움직임을 일으켜 위원회까지 조직한 것도 한국이다.
결과는 배드 엔딩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지만
그래도 외국에 의하지 않고 한국 자체적인 노력으로
밝혀지게 된 것이 장기적인 시각으로 생각했을 때
그렇게 국익에 마냥 해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스스로 자정능력을 증명해 보인 셈인 것을. 뉴스 한 번에 이렇게 다 돌아서는 것도 별로 보기 좋지 않단다.
자꾸 인신 공격으로 글이 흐르려는 걸 벌써 몇 번째 Backspace로
가다듬었는지 모르겠다. 반박 코멘트가 달리질 않으니 스스로는
나름 생각에 뿌듯할지도 모르겠다. 네트 떠다니다가 보게 된 의견이
자기와 다른 생각을 담고 있을 때,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그건 아닙니다 .. 라고 조목조목 의견을 다는 경우와.
그냥 피식 웃고 닫기 창 살포시 누질러 주는 경우.
또 다른 어떤 분께서는
다 알면서도 낄낄대고 보도 안 하고 있었으니 MBC 개새끼들이란다.
자료 다 갖고 있었으면서 광고 짤리는 거 무서워 보도 안 한게 잘못이란다.
더 나아가 국민의 알 권리 침해에다 잘못 투성이니 특검 수사 들어가잔다.
이건 뭐 .. 코멘트 갖다 붙일 생각도 안 들었지만 .. 하도 웃겨서.
취재 윤리 위반한 주제에 그 방송을 어디서 방영하려 하느냐로 시작해서
MBC 죽이기에 들어가 PD수첩 폐지시켜 버리고 광고주들 손들리더니
이젠 어떤 분께서 알면서도 말 안 하고 있었으니 개새끼고 알 권리 침해란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PD수첩보고, MBC보고 뭘 어쩌라는 소린지 모르겠다.
그런 회사가 흔들릴 정도의 여론 공격에 어느 임원진이
소신껏 프로 방영을 밀어 붙일 수 있다는 건지 도무지.
이번에 미즈메디 아저씨 커밍아웃하고 난 다음이니 이게 먹혔지
전국민이 적인데 거기에다 이거 떠들어 봐야 들어 먹혔을까?
거 참 .. 뭐든 끝나고 돌아 보면서 얘기하는 건 쉽겠지.
광고주들 광고 떨어져 나가는 소리 돈 깎이는 소리
우렁차게 들려오는데 MBC는 뭐 땅 파서 장사하나?
거기에 다른 신문이며 방송사며 이 때다 다 교수님 힘내세요인데?
그나마 MBC는 끝까지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소리라도 냈지.
이제 거론하기도 지친다만 다른 녀석들은 뭐라고 했지?
설마설마 하던게 진짜 이렇게 터져버리고 나니
정작 스스로도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그냥 쏟아지는 대로 키보드 위 춤추는 손가락
앞뒤 정리도 안 되고 경황도 없이 막 쏟아만 내고 있는데..
황교수가 아무리 언론 플레이네 어쩌네 해도
이상하게 자꾸 이리저리 피하고 그래도
PD수첩 폐지 반대하면서도 그래도
결론은 해피엔딩이길 바랬는데.
애초에 황우석 지지파와 반대파의 대결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걸 자꾸 황우석 죽이기로 몰고 간 것도
자꾸 그런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국익 운운한 것도
결국 '몇몇' 과격한 황우석 지지파들에 의해서가 아니었나?
처음에 그들이 일컫는 '반대파'들이 문제삼은건
단지 광기들린 듯 그 무서웠던 'MBC 죽이기'였다.
그리고 의혹이 있는데도 변명에 피하기 급급하던
무책임한 정치가 황우석에 대한 질타였다.
아직도 국민을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이 보여준 환영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교주님만을 외치는 신도들이 있다.
실제로는 당분간은 실현 가능성도 없다는
황우석이 그리 강조했던 난치병 치료 가능성 하나에
모든 희망을 걸고 기대를 품었던 환자분들을 이용해 먹은
이 희대의 사기극에 아직도 힘을 실어주려는 분들도 계시더라.
치료가능성은 고사하고 연구 자체가 조작이라 들통난
이 시점에도 휴거는 온다 기도를 놓지 않는 분들도 계시던데.
말이 점점 거칠어진다.
이게 하루 종일 울려대던 전화 받느라
노이로제 걸린 탓이려니.
정신없는 잡글 그만 닫고 잠이나 자야겠다.
다시 읽어보면 쪽팔려 지울 거 같으니
그냥 올리고 닫고 가서 자야지.
.. 오늘 뉴스데스크 기영이 아저씨 마지막 멘트가 뭐였더라.
오늘은 대한민국 과학 국치일입니다.
2005년 12월 15일은 대한민국 과학 국치일입니다.
애초에 지지 세력 VS 반대 세력의
대결 게임도 아니었을 뿐더러
게임이라 쳐도 승자는 아무도 없다.
..슬프다.
그냥 괜히.
애써 끊은 담배가
문득 생각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