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영화 속 주인공 박경원의 친일행적과 관련해 많은 소리들이 쏟아져 나와 시끄러웠던 작품. 해리포터와 불의 잔 볼 때 청연 예고편 마지막 장면에 나오던 그 노란 햇살 구름 바다 위 비행장면이 너무 은은하게 기억에 남아 저거 개봉하면 꼭 봐야겠다!! 벼르고 있다가 결국 개봉 다음날인 30일날 지르고(?) 말았다. 원래는 태풍을 볼까 했었는데 보고 온 오프라인 주변 친구들이 모두 달려들어 말리는 덕에 태풍은 제꼈지. (영화 홍보 아무리 하고 배급 아무리 잘해도 결국 무서운 건 입소문이라는 게 맞는 거 같다. 청연은 좀 평이 극으로 갈리는 거 같긴 한데 왕의 남자 같은 경우 보면 입소문에 입소문 타고 슬슬 탄력받고 있으니)
일단 스포일러 제외한 전체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깔끔했다. 미국 무슨무슨 촬영 스튜디오에서 찍었다는 비행씬들은 정말 공을 들였구나 싶게 큰 이질감 없이 스크린 속에 잘 어우러져 들어간다. 주연을 맡은 장진영 김주혁도 박경원과 한지혁이라는 인물 어울리게 나름 잘 표현해 낸 거 같고. (초반부 택시기사 장진영의 선머슴 연기는 조금 어색한 감이 있긴 했다만 .. 일본어 대사 때문인가) 나카무라 토오루도 멋졌고 .. 한지민은 .. 음 .. 한지민은 예뻤고 유민은 .. 일본어 잘 하더라. :P 일본어 연기는 개인적으로 한국인 배우 중에서는 전체적으로 한지민 발음이 가장 깔끔했던 듯. 김주혁은 그냥 그랬고 .. 장진영은 좀 어색했고. 스토리 라인은 예상했던 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흘러갔고 나름 후반부 감동 코드 집어 넣은 것도 큰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와닿았다. (실제로 훌쩍이는 관객들 은근 있었음) 비행기 추락 후 영화 크레딧까지 끝자락 전개도 깔끔한게 꽤 마음에 들었고. 이승철이 부르는 메인테마곡도 마음에 들었고. (제목이 뭐였더라) 일단 돈은 아깝지 않고 .. 엔딩 크레딧 올라가고 메인테마곡 나오면서 자리 일어나 나올 때 역시 본전 생각보단 좋은 영화 봤다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영화 보기도 전에 가득했던, 영화가 친일을 미화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영화는 친일이라는 화두에 대해 성급히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아마 그 당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을, 정치적 신념 부재상태였던 일반 국민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친일파 아버지를 둔 일본군 기상 장교 김주혁(한지혁)과 일본 비행 학교 재학생 장진영(박경원)은 시대의 흐름과는 조금 거리가 먼, 그저 하루하루 생활에 충실한 한 쌍의 연인일 뿐이다.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주혁을 면회하러 간 장진영.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만주 비행의 조건으로 일본측에서 내건 일장기 홍보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장진영에게 김주혁이 얘기한 "조선이 너에게 해준 것도 없잖아". 그리고 이어진 장진영의 "너무 분해" 씬이라던가 .. 비행을 포기한 이정희(한지민)가 찾아온 장진영에게 퍼붓던 "사람들이 너를 조선 최초의 여류 비행사로 기억해 줄 거 같애? 웃기지마, 내가 다 말하고 다닐거야, 네가 무슨 짓을 해가며 비행기를 탔는지 내가 다 전할거야" 씬 같은, 뭔가 등장인물 모두 시대의 잘못된 흐름은 인식하고 있었으나 당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내용 전개가 좀 잦아 친일 미화 논란이 나오는 거 같긴 한데 .. 뭐 결국 역사 해석에 따른 문제 아니겠나 싶다. 박경원이 실제 어떤 생각과 사상을 갖고 당시 일본의 지원 하에 첫 민간 만주 비행을 시도했는지는 고인만이 아는 문제일테고 .. 감독은 그 상황에서 박경원 역시 개인적인 고민을 했을거라고 보고 작품을 그린 걸테니.
중간에 비행대회에서 장진영 계속 올라가 구름 뚫고 올라가 최고높이까지 올랐을 때 화면은 정말 예뻤다. 그런데 그 시절에 어떻게 그 고도까지 올라간 비행기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중계자가 어떻게 현재 고도를 그렇게 자세하게 말해주는지 그건 좀 궁금했다. 제한 시간에 들어오기 위해 급강하해서 막판에 기수 틀어 초 카운트 들어갔을 때 2-3초 남겨두고 아슬아슬 들어와 1위를 획득하던 장면도 조금 억지스러웠다. 뭐 .. 나름 카타르시스 전혀 없진 않았다만 그래도 너무 뻔하잖아-ㅁ-;; 왜 항상 아슬아슬에 왜 항상 역전 느낌의 1위 투성이인 거야. 나중에 집에 와서 박경원 인물 검색 조금 해보니 실제 비행 대회에서는 3위 입상이었더만. 물론 소설이든 영화든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건 작가의 개인적 시각에 따라 어느 정도 허구와 섞여 가공될 수 있는 문제고 조금 실제 팩트와 다른 전개를 그릴 수도 있는 거겠지만 3위를 1위로 만들고 수 차례 출전 후 얻은 성적을 처녀 출전에 얻은 성적인 양 그린 거는 살짝 오버지 않나 싶다. 자료에 따라서는 영화에서처럼 박경원이 곤란한 집 사정으로 학교도 못 다녔던 게 아니라 부유한 집안에서 교육 다 받고 간호사 되려다 중간에 생각지도 않던 비행 쪽으로 진로를 틀었다는 말도 있더라. 애초에 가상 인물인 한지혁(김주혁)의 의붓 동생으로 실제 인물 이정희(한지민)을 연결짓고, 사이에 박경원(장진영)을 집어 넣어 삼각 관계로 설정한 것 역시 그다지 썩 깔끔하게 와 닿지는 못했고. (지금 안 건데 이상한게 왜 네이버 지식인에 청연을 검색해 넣으면 결과가 없다고 그러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청연 친일 논란 그리 시끄러웠는데 관련 지식 하나도 없다는 건 좀 이상한데. 엠파스 검색으로 잡으면 네이버에 올라왔던 거 기록으로 잡히고 .. 며칠 전에도 지식인에서 몇몇 글 봤었는데. 네이버에서 지운 건 아니겠지?-_-;;)
내가 본 곳(대학로 판타지아)에서만 그랬는지 몰라도 영화 전체에서 3-4곳 정도 씬 연결이 조금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에 비행기 따라가던 꼬마애 보여준 다음에 바로 비행학교로 넘어간 거는 처음에는 좀 너무 생략해 버린 거아니야? 싶긴 했는데 다 보고 나니 뭐 그 나름대로 괜찮았던 거 같고. 다만 극중 유민(키베 역)이라는 인물의 현실성이 조금 와닿지 않았다. 나름 일본 최고의 여류 비행사라며 장진영에게 한 번 도움받았다고 해서 그렇게 헌신적으로 도와 주는 것도 그랬고 .. (나중에 신체적인 문제로 장시간 비행의 꿈을 접어야 했던 유민이 자기를 대신해 장진영이 꿈을 이뤄주길 응원한다는 설정을 얼핏 내비치기는 했지만) 연습하다 유민 죽을 뻔 한 거를 장진영이 구해주는 것도 그렇고 설정이 조금 진부한 감이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박경원의 마지막 비행을 그린 후반부. 비행을 이제 못하게 되고 학비도 끊겨 지방에서 고생한다던 한지민이 왜 갑자기 그 비행장에서 비를 맞고 서 있는가 하는 것도 그렇고 .. 물론 비행 학교 학생이긴 했지만 비행을 포기 당한 마당에 외무 대신까지 들어와 있던 그 관제탑에 한지민이 들어와 도쿠다 교관이 직접 모르스 신호 넣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해 보겠다며 넘겨받아 회항 신호 넣는 장면은 보면서도 조금 의문이 들었다. 뭐 .. 머리로 생각하니 의문이 들었다는 거지 억지다 .. 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긴 했지만. 좀 너무 이것저것 많이 쑤셔 넣으려 한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중간에 갑자기 분위기가 급반전되는 조선적색단(허구라고 한다) 사건과 이어지는 고문 씬들. 김주혁 고생했겠더라. 또 많은 여성 관객 분들( .. ) 눈 가려 버린 그 손톱 뽑으려 꼬챙이 찔러 넣던 장면은 본인도 조금 움찔 ;; 스스로도 정치적 신념 그다지 자각하지 못하고 살던 김주혁이 고문실에서 묶인 채 절규하며 흐느끼는 장면은 조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장진영에게 쓴 편지에 "평소 딱히 이렇다 할 신념도 없이 살던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너는 모두가 기억할거야" 대사도 .. 뭐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결혼하자고 보채는(?) 김주혁에게 비행 관련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며 힘겨워하던 장진영의 모습은 박경원이라는 인물의 전달에 꽤 힘을 실어 주었다.
음 .. 뭐 이래저래 써놓으니 무슨 청연 영화 개같으니 보지 말라 .. 는 식으로 잔뜩 헐뜯어 놓은 거 같은데 이거 다 합쳐서 별 반 개 깐 거다. 그리고 이것들 때문에 나오면서 영화 뭐같다 후회한 것도 아니고. 굳이 흠을 찾자면 뭐 이러이러하다는 정도? 영화 끝나고 이승철 노래 나오고 .. 박경원 실제 추락 지점에 세워졌다던 박경원 추모위령비 장면들 스틸컷으로 나오는데 바로 일어나 나가지 못하고 조금 앉아 있다 일어난 기억이 난다. 나름 괜찮은 영화였다. 친일이라는 자칫 다치기 쉬운 민감한 화두를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과 함께 잘 뒤섞은 채 판단은 관객 몫으로 돌려놓는. 그랬는데 개봉 전후해서 친일 논란에 휩싸여 복잡해져 버렸으니 .. 쩝.
영화 막 보고 나왔을 때에는 별 다섯 개였는데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사실 좀 뒤져보고 나니 영화적 장치로서의 허구적 가공을 넘어 박경원이라는 인물을 너무 미화해서 그리려고 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에 반 개 깎아서 네 개 반으로 최종 확정 때린다. (땅땅)
친일 코드 들어가니 글이 좀 길어졌네 :P 아마 영화 Review 포스트 중에 최장 길이에 랭크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