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썼던 리뷰글을 지랄맞은 익스플로러 앙탈 덕에 깨끗이 모니터 속으로 날려 보내고 잠시 밖으로 나가 갓뎀을 외치느라 새벽녘 단잠에 잠시 방해를 받으셨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주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잠시 올린다. ( 이거 언제 다시 다 쓰나 .. 쓸 의욕이 확 꺾이네 oTL )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너무 아쉬운 영화. 관련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스포일러 핑계로 가린 부분에 다시 이어가겠지만 막판에 1시간 .. 은 조금 오버고 30분만 더 늘렸더라도 정말 별 네 개 반은 가볍게 날려줄 영화인데. 감독도 물론 감독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만 기껏 잘 이끌어간 영화는 그렇게 막판 뒷심 부족으로 그다지 개운치 못한 느닷없는 어정쩡한 끝마무리로 그 빛이 바랜다. 이 뒷심에서만 별 하나를 까서 최종 GONS 별점은 세 개 반으로 낙찰. 정말 대박 하나 날 뻔 했는데 너무 아까운 영화.
김성수 .. 라는 이름이 왠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익숙한 느낌에 기성 감독인 줄 알았더니 이번 작품이 데뷔작인 신인 감독이란다. 나름 이전에 여러 작품들 스텝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경험도 쌓고 내공도 쌓았겠지만 그래도 첫 작품이 이 정도라면 다음 작품에 많은 기대를 걸어 본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았다라고 생각되는 베스트는 공공의 적으로 대표되는, 다소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 쪽 장르 스토리를 아래부터 뒤집어 버린 그 용기에 주고 싶다. 이제껏 보기 힘들었던 신선함이랄까. 전혀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조금은 우울하고 답답한 신선함. (조금 역설인데 영화 보신 분들은 아마 이해하시지 않을까)
물론 영화가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선에서 얘기를 해 보자면 좀 더 많은 생각을 담으려 했던 감독의 욕심이 영화 곳곳에서 조금 불필요한 장치로 남아 시간을 소비한다. 차라리 그 시간 아꼈다가 막판에 몰아주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이 부분도 뒤에 다시 얘기하자) 중간중간에 울어라울어라 식의 씬 몇 장면 있긴 한데 글쎄 .. 그건 그다지 썩 와 닿지가 않더라. 이해는 살짝 가는데 공감대가 쉽사리 불려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음 .. 그래도 곳곳에서 훌쩍 거리던 분들 전혀 없는 건 아니었으니 어쩌면 이건 냉담 GONS 탓일지도 모르고. :P
한국 돌아와 본 광고 중 최악의 광고 GS삐리리스토어에서 이름모를 웬 아낙과 코피 닦고 넥타이 두를 줄만 알 듯했던 권상우는 이번 작품으로 연기력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은 부정확한 그의 발음과 아마 나름의 캐릭터 분석에서 나온 듯한, 가끔은 조금 부담스럽던 그의 오버액팅이 그 빛을 살짝 바래게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호연에 한 표. 스턴트 액션 없이 직접 몸을 날려 보여 준 리얼 액션에도 박수를 날린다. 리얼 액션이라고 해서 무슨 옹박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 일당백으로 혼자 악당들을 모두 물리친다거나, 우주 최강 맷집을 자랑하는 주인공, 착실하게 자기 덤빌 차례를 기다렸다가 순서대로 덤벼오는 악당1, 2, 3 따위의 지금껏 길들여진 싸움질 연출과는 사뭇 다른, 주인공 뽀대는 조금 죽을지 몰라도 보다 사실적인 그런 리얼한 싸움질 연출이 참 좋았다.
생각외로 열연을 펼친 권상우, 그리고 투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권상우에 밀리는 느낌이었던 유지태, 처음 봤는데 인상적인 연기 보여준 보스 유강진 역 그 처음 본 중견배우 분. 왜 나왔는지 모를 엄지원은 그래도 어쨌든 예뻤고 권상우 동생으로 나온 이름모를 그 친구는 좀 원빈 삘이 나더라. (영화가 좀 많이 아깝다 보니 할 말이 좀 길어지는구나 ;D 아래로 이어서 계속 떠들어보자)
그 .. 엄지원이 권상우 무덤 찾아가고 1년 후 자막이 뜨던 씬. 그 씬 이전까지는 영화 정말 괜찮았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막판 권상우 씬은 근래 본 영화 장면들 중에 단연 최고를 먹을 듯. 끝내 가장 권상우 스럽게 유강진을 처리하려 하지만 어느 새 출동한 기동대원들에게 포위 당한 권상우. 긴박한 순간에 담배 한 대 꺼내 무는데 가슴팍에서 모여 위로 올라오던 그 수많은 빨간 조준점들. 그걸 보던 권상우 표정이 참 끝장났다. "깡패 말만 믿지 말고 우리 말도 좀 믿어 보라구요!!" 절규하던 법정 씬도 왠지 오버랩되며 .. 슬픈 듯 우스운 듯 그 미묘한 감정의 선이 별다른 대사 없이도 무난히 와 닿는 걸 보며 배우로서 권상우를 다시 보게 되더라. 나쁜 녀석을 잡으려는 건 난데 왜 세상이 겨누는 건 저 녀석이 아니고 나인 건지 생각하는 듯한 그 표정. 막판에 "사냥"당하고 길바닥에 쓰러진 권상우를 카메라가 마지막 훑을 때 꺼지지 않고 계속 타고 있던 지포라이터도 참 괜찮았다. 권상우는 죽어도 유지태는 아직 안 죽었다는 거겠지. 개인적으로는 설마 유치하게 화이팅 엄지 올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기우였다. :P
그래, 그리고 잠시 암전 지나 1년 후라는 자막 뜨던 것까지는 정말 좋았다. 권상우가 마지막에 엄지원에게 그 쪽지도 전해 주었으니 뭔가 터질 것 같기도 했고. 이미 누가 다녀간 흔적이 있는 권상우 묘, 그리고 불붙인 담배와 함께 놓여 있던 지포라이터는 유지태의 막판 뒤집기를 암시하는 듯 해서 결국 이렇게 유지태가 법적으로 모든 걸 밝혀내고 유강진이 잡히는 거구나 생각에 다소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그랬는데 금뱃지 달고 국회의사당 바라보며 건물 옥상에서 마냥 흐뭇한 유강진 앞에 나타난 유지태는 난데없이 총 꺼내 들고 (정말 쉽게들도 구한다) 망설임도 없이 결국 유강진을 쏘고 만다. 그리고 그토록 문제가 되었던 쪽지 꺼내어 던지며 "이 종이 쪼가리 하나 때문에 모두 죽었어" 읊조리는 듯한 대사에, 의미모를 허탈한 웃음에 과거 권상우 유지태 함께 웃던 씬 오버랩되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나지.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쉽다. 권상우 죽는 씬까진 정말 잘 끌어 온 영화가 이 부실한 마무리 하나에 어처구니없이 무너져 버리더라.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그런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탓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식의 합법적 절차조차 지배해 버리는 무서운 녀석, 점점 더 강해져만 가는 녀석을 법적 절차로 정당하게 '체포'하지는 못하고 권총 들고 개인적으로 '응징'할 수 밖에 없었다던 결론은 정말 좋았다. 다만 그 사이가 너무 뭉텅 생략되어 버린 건 아닌가 - 그래서 부드러운 연결이 좀 힘들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나 하는 거지. 여기서 30분 얘기가 나왔던 거고. 딱 30분 정도만 더 늘려서 문제가 된 해당 쪽지를 손에 얻고, 그에 따른 최종 행동, 스스로 지켜온 법적 신념과 현실과의 괴리감, 그 사이를 고민하는 유지태의 모습이랄까 심리적인 묘사랄까 하는 부분을 그 안에 담을 수만 있었다면 정말 2006년을 여는 최고의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결국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도 훨씬 더 확실하게 전할 수 있었을테고 말이다. 마지막 총 쏘고 나서 허탈한 웃음에 과거 둘이 함께 있던 장면으로 넘어가며 엔딩 가는 것만으론 무언가 좀 부족했다. 마치 영화 제작 도중 시간에 쫓겨 대충대충 적당히 찍고 덮은 듯한 느낌? 그러니 x 싸고 닦지도 않고 나온 듯한 어정쩡한 느낌에 기껏 잘 끌어와 온 영화, 막판에 관객들 실망시키고 마는게지.
반대로 상당히 좋았던 씬도 있었다. 옥상에서 밤에 권상우가 이동직 배다른 형이라는 걸 유지태가 알게 되고 그걸로 서로 티격태격하는데 조사받던 조사장이 튄 걸 알고 사건 현장으로 둘이 달리던 씬. 복도를 뛰면 뛸 수록 반대편 벽이 점점 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의 카메라워킹. 이게 상당히 인상깊었다. 마치 잡으려 잡으려 하지만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하는 그런 거물급 보스 유강진처럼.
음악이 쒯이었다던 몇몇 분들 얘기가 보이던데 솔직히 음악에 대해 별 기억이 없는 걸 보아 음악이 그렇게 영화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최악은 아니었던 거 같다. 다만 중간중간에 엄지 손가락 치켜 세운 화이팅이라던가 어머니 화장하면서 화이팅 엄지 올리던 건 솔직히 좀 와 닿지가 않더라. 오버 액팅까지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 왜 난 공감대 형성이 안 되는 걸까. 울어야 할 씬 같긴 한데 도무지 반응이 나오질 않으니 이거야 원 ;; 권상우와 엄지원의 러브씬 비슷한 애매한 관계 설정 역시 그냥 치우고 가는 편이 더 깔끔했었을 거 같기도 하다. 뭐 .. 프로포즈 비슷한 장치를 둔 것도 그게 권상우가 맡은 인물의 캐릭터를 말하려고 했던 거였다면 더 할 말은 없지만 :P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보스 유강진이 정말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네 곁에는 친구가 없어. 그저 죽인 놈과 죽일 놈만 있을 뿐이지'라는 소리 듣고 감정적 폭발을 보이는 씬이라던가 .. 여기저기 가족들과의 단란한 한 때를 보내거나 하던 씬은 .. 물론 굳이 의미를 둔다면야 못 둘 건 없겠지만 사족같은 씬이지 않았나 싶다. 그냥 단순한 악의 세력 카드로 두고 그대로 들고 갈 것이지 어설프게 개인적인 사연까지 부여할 정도의 여유는 처음부터 없었던 거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럴 여유가 있었으면 차라리 그 시간 분량만큼을 막판 30분에 채워 넣어 서두르지 말고 좀 더 제대로 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또 하나 아쉬웠던 건 권상우도 그렇고 조사장 역 강성진도 그렇고 영화 분장 담당이 누구인지 원 참. 조금 거칠고 와일드한 그런 모습 전달하려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너무 시커멓더라. 뭔가 좀 맞지 않는 듯한 그런 느낌. 좀 웃기기도 했고ㅡㅂㅡ)a 분장하시는 분 조금 오버하셨음.
이래저래 너무너무 아쉽고 안타까운 영화. 굳이 마지막 30분을 늘리지 않더라도 다른 부분들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조금 제외하고 욕심을 조금 줄여서 여유시간 조금 만들고 그 시간에 마지막 뒷마무리를 확실하게 해 주었다면 .. 2006년 벽두를 여는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