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 어쩌다 보니 1월에 들어서만 영화 리뷰 글을 이 글까지 7개 연달아 올리면서 점점 무슨 영화 리뷰 블로그가 되어 가는데-ㅅ-;;; 같은 영화를 두고도 사람들이 날리는 평가는 모두 제각각이다. 마찬가지로 똑같은 영화를 보고도 잡아내는 메세지는 개인차가 있는 거겠지. 그 나름대로 캐치한 거 풀어 놓고 다른 사람들 캐치한 거 구경다니는 거 - 이게 또 은근한 재미가 있네. 덕분에 검색어 절반은 영화 제목들이 점령하긴 했지만 -ㅅ-;; (베스트 20중에 절반이 왕의 남자 관련 검색어다-ㅅ-;;) 이것도 보기는 23일날 본 건데 자리잡고 딱히 쓸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어서 이제야 겨우 쓴다~_~
저번에 당한(!) 투사부일체의 배신이 너무도 컸던지라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신작 지르느니 몇몇 사람들이 재미있다던 싸움의 기술을 볼까 하다가 그래도 이왕 극장까지 왔는데 보는 건 신작!! 이라는 이유 알 수 없는 GONS만의 기준으로 홀리데이 당첨. (그래봐야 저번에 투사부일체 조조 지른 덕에 받은 무료 조조 초대권인 주제에-ㅅ-;;) 서울 극장에서 본 터라 CGV 관련 횡포(?)는 겪지 못했는데 저녁에 집에 오니 기사가 난리가 나 있었다. CJ의 횡포 어쩌고 멀티플렉스 횡포 어쩌고저쩌고 급기야는 "유전상영 무전종영"이라는 패러디까지-ㅅ-;; 염증이 나서 관련 사실 자세히 디벼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홀리데이 배급사측이 먼저 잘못했다는 말도 있던데. 뒤로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다시 재상영 결정되었다니 머리아픈 곁다리 얘기는 살짝 휴지통 속에 묻어 두고. 언제나처럼 스포일러 최대한 뒤로 밀어가며 영화에 대해 한 번 얘기를 해 보자면 .. 저번에 야수(2006) 본 느낌과 좀 비슷하다. 영화 분위기라던가 내용이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 뭔가 2% 아쉬운 느낌?
정도가 지나치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미 두사부일체 팀과 더불어 온갖 공중파 쇼프로를 장악했던 홀리데이 팀이었던지라 이번 영화가 1988년 10월에 있었던 탈주범 지강헌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라는 것 쯤은 다들 알고 계실 테다. 지강헌이 마지막 탈주극 도중 생중계되는 카메라를 향해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당대 시대상과 맞물려 2000년을 앞두고 모 신문에서 작성한 20세기 어록 베스트 10 중에 당당히 랭크될 정도로 당시 크게 희자화되었었고. (물론 당시 초등학교 1학년 GONS의 기억 속에 그는 없다) 관련 사항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KBS 홈페이지로 가자. 시사/교양 프로 쪽에 이미 종영된 "인물현대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문성근 아저씨가 나오던데 그 방송 2004년 2월인가 즈음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을 다룬 1시간짜리 프로 다시 볼 수 있다. 화면이 조금 작긴 한데 그나마 당시 사건 진행 상황, 마지막 인질극 생중계되던 화면들, 사건 보도하는 뉴스 화면들 등 나름 알차게 되어 있으니 생각 있으신 분들은 가서 보셔도 괜찮을 듯. GONS도 영화 보고 온 날 저녁, 지강헌 사건 관련해서 궁금해져 인터넷 좀 뒤지다가 네이버 지식즐 구석에서 찾아낸 정보이니 혹시나 비슷한 연유로 당시 사건 정리한 자료 찾던 분들 계시면 저 프로그램 한 번 보시길. 친절한 GONS씨는 관련 링크까지 알려드립니다. -> 여기 (클릭하세요!!!) 에서 30번 게시물입니다. (아 친절도 해라) :D
이렇듯 영화를 보고 나서 별 관심도 없던 지강헌이라는 인물에 대해 찾아보게 만드는 건 분명 영화의 힘일게다. 더불어 지강헌 역(극 중에서의 이름은 지강혁으로 되어 있다)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성재의 힘도 조금 있었을 테고 .. 작년 여름께서야 비로소 철폐된 보호 감호법이라던가 지금도 곳곳에서 현재진행중인 철거민 문제에 대한 주의 환기 역시 영화가 전하는 무시 못할 메세지다. 덕분에 이십 여년 만에 다시 욕 들어 먹게된 전두환 아저씨 동생 전경환 씨는 조금 속이 쓰릴 지도 모르겠지만 :P (지금은 사기 혐의로 피소 당해 도피 중이라던데) 이성재가 마지막으로 외치던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영화속 외침은 이미 극장 예고편과 광고로 여러번 접했음에도 순간 가슴속 차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절실히 와 닿는다. 어쩌면 아직도 그 땐 그랬었지 식으로 그저 치부할 수만은 없는, 조금은 씁쓸한 현실에서 비롯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 상영 중간중간, 영화 끝나 크레딧 올라갈 때에도 여기저기 훌쩍이는 여자 관객분들 은근히 계시더라. 확실히 야수보다는 더 감정 몰입이 자연스러웠다. 야수 때엔 가슴 찡한 구석 한 번도 없었던 GONS였지만 홀리데이에서는 살짝 울컥하던 부분 없잖아 있었으니.
이런 메세지의 전달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영화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 낸다. 위에 인물 현대사 다시 보기 프로그램 게시판에도 2006년 1월 날짜 단 지강헌 편 관련 감상평 올라오기 시작하더라. 포털 지식 검색 결과에 쏟아지는 지강헌 사건 관련 DB들 역시 그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을게다. (혹여 개중엔 영화사 알바생의 피나는 노력이 섞여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자, 그럼 문제는 어쩌면 초대박이 날 수도 있었을 이 소재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 가 문제였을텐데. 이 부분에서 영화는 상당히 아쉬움을 비치며 그 힘을 잃는다. 본의 아니게 CGV 측과 개봉 초반 마찰을 빚으며 CJ가 배급했다는 투사부 제끼고 홀리데이 보자, CJ의 횡포에 대항하자라는 식의 분위기가 있던데 (청연 때 보였던 친일 영화니 보지 말자라는 식의 몰려가기가 또 언뜻 느껴져 조금 눈살 찌푸리긴 했다만 .. 뭐 투사부 영화 자체가 워낙에 바닥 영화다 보니 ;; 쩝) 개인적인 느낌으론 영화 흥행 .. 어느 정도 선전은 할 지 모르겠지만 대박까지는 가기 힘들 거 같다. 영화 내내 조금 오버하시던 최민수 형님 연기라던가(뭐 캐릭터 자체가 조금 억지스럽긴 했지만) .. 조금 어색했던 조연들 연기라던가 .. 이야기 풀어가는 개연성도 조금 마음에 안 들었고. 메세지 전달력에 비해 그 뒤를 받쳐야 할 몇몇 요소들이 꽤 많이 부실했던 건 사실이기에 별 4개 때릴까 하다가 반 개 깎아 세 개 반으로 결정. (땅땅) 그냥 아예 세 개 날릴까 하다 그건 또 영화 자체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3개 반으로 날린다. 완전 범작까지는 아닌데 .. 그렇다고 추천 날릴 정도에는 살짝 부족하기에.
일단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초반부 타워팰리스 장면.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철거촌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부의 상징으로 심해져만 가는 양극화 현상을 이미지화하고 싶었다고 항변한다. 글쎄 .. 그렇지만 나야 그 기사를 먼저 보고 영화를 봤으니 아 이 장면을 얘기하는 거로구나 생각을 했지만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모두 88년에 무슨 타워팰리스야!! 라는 반응을 보이는 걸 생각한다면 글쎄, 감독이 의도한 그 "이미지화"는 그다지 먹히지 못한 듯 싶다. 미리 알고 본 GONS조차 그다지 극명한 대비랄까 양극화 현상의 이미지는 느끼지 못한 채 그저 88년에 왠 타워팰리스? 생각이 바로 들 정도였으니.
이성재 연기는 이제 물이 오를대로 오를 듯 싶다. 여자분들 참 좋아하셨던 그 탄탄한 몸에도 한 표. 지강헌이라는 역사 속 인물 자체가 매력이 있는 캐릭터이다 보니 그 덕을 좀 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다른 이들 연기는 딱히 와닿지 못하고 조금 오버하는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왜 그 .. 열심히 연기는 하는데 조금 뭔가 과장스럽달까 자연스럽지 못한 그런 .. 말 그대로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설명이 좀 어려운데 해당 인물 속으로 감정 몰입이 그리 윤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반말 파문으로 마음 고생 좀 하셨을 우리 최민수 형님은 그 정점에 서 계신다. 나름 악역으로서 더 확연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에 금니도 갈아 넣고 영화 내내 특유의 낮게 깔리면서 빈정대는 식의 보이스를 선보이는데 .. 조금 오버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아무리 부패한 공권력의 상징으로 설정된 허구적인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때때로 무슨 3류 만화에나 나올 법한 모습(독방에 갇혀 묶여 있는 이성재에게 오줌을 갈긴다거나)은 인물의 현실성을 상당히 깎아 내린다. 중간 탈주 시에 이성재가 겨눈 총구 앞에서 순식간에 코미디 캐릭터가 되어 버리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웃음 코드를 넣을 곳과 진지하게 갈 곳 정도는 좀 구별할 수 있지 않을래나. 음 .. 마지막 인질 조안은 이쁘더라 :$
영화 끝나고 영화 팜플렛을 보는데 최민수 인물 소개가 눈에 들어 왔다. 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 지강혁(이성재 극 중 이름) 일당을 끝까지 쫓는 악랄한 경찰관 - 이라고 되어 있더라. 뜻한 바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 전반에 깔린 이런 식의 이성재 일행이 마치 선이고 최민수가 악인 양 묘사되는 분위기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이성재 모 인터뷰에서 이것은 지강헌 사건의 미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지강헌 일행이 마치 독립투사라도 되는 듯한 뉘앙스를 짙게 풍긴다. 자, 사건의 본질은 보호 감호법이다. 물론 당대 사회상과 관련하여 수많은 배경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그들을 분노케 한 것은 500여만원 훔친 죄로 17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보호 감호법과 교도소 안에서의 인권 유린 사태. 그리고 당시 수십억원을 횡령하고도 처음 7년 구형에 3년으로 감형, 그나마도 중간에 보석으로 풀려난 전경환 씨 사건이었을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500만원-17년과 수십억원-3년은 쉽게 납득이 힘든 처사이니. 영화의 초점은 여기에 제대로 맞았어야 했다. 공권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당시 살짝 비틀렸던 그 각도가 문제였던 거지.
생계형 범죄였든 무엇이었든 일단 처음에 그들이 절도죄를 저지른 것은 법으로 심판 받아 마땅하다. 탈주 도중 수 차례 이루어진 원정 강도 역시 함께 지내는 인질들 건드리지 않고 따로 강도를 나갔다고 해서 인간적이니 뭐니 소리를 들을 계제가 아니다. 강도질한 건 강도질한 거다. 실제로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영화 속에서처럼 불법 도박장에서 강도질을 했다고 치더라도 강도질은 강도질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듯 마치 그들이 무슨 의적이라도 된 듯한 분위기는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인질들에게 존대말을 사용하고 잘 대해 주었다고 해서 그걸로 지강헌 일행의 행동에 어떤 면죄부를 준다거나 동정의 여지를 남겨서도 안 되는 걸테고. 실제로 인질들과 친해져서 밥 해 먹고 설거지도 하고 함께 술도 마시고 과일도 깎아 먹는 등 당시 인질들의 증언을 보면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인질극과는 조금 다른 형태를 보인 것은 사실인 듯 하다. 마지막 인질극 당시 목에 칼을 들이대면서도 계속 미안하다고 얘기했다던 증언도 있더라. 사실 상당히 미묘하면서도 애매한 접근일 수 밖에 없다. 애초에 그들이 저지른 절도, 탈주에 이은 강도, 인질극까지는 분명한 범죄 사실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당한 보호 감호법에 의한 횡포라던가, 교도소 내 인권 유린 사실들까지 그 정도는 당해도 싸다는 식의 싸잡음은 분명 무리수가 있기에.
영화 중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장면이 있다. 중간에 장세진 분이 나와서 애인에게 고백하러 찾아갔는데 애인은 이미 다른 남자와 살림 차려 살고 있었던 장면인데 .. 그 날 밤 괴로운 마음에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다 당시 인질이 되어 있던 한 아줌마를 덮치고 그 와중에 이성재에게 발각되어 한 두대 맞고 울면서 신세한탄 하던 장면은 좀 불편했다. 뭐랬더라 .. 세상에 자기 살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가고 싶었다라? 살인은 경우에 따라 정상 참작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성범죄는 그럴 여지가 있을 수가 없고 특히나 우리 나라에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관대하다는 게 개인적인 지론인지라. 울면서 신세한탄하는 장세진 분, 때맞춰 깔리는 감동 코드인 듯한 음악. 글쎄 .. GONS는 전혀 와닿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여자분들 중에 훌쩍이는 분들 있긴 하더라만 .. 그래, 백 번 양보해서 애인의 변심 관련해 괴로웠던 장세진 분 심정을 그리려고 했다고 치자.(개인적으로는 전혀 공감 가지 않았다만) 그래도 제대로 생각이 박혀 있으면 여기에서 저 아줌마를 코믹 캐릭터처럼 몰고 가면 안 되지. 거의 당할 뻔 하다가 문 차고 들어온 이성재 보자 바보처럼 얼굴 일그러뜨리고 우는 거라던가 .. 다음 씬에서 야구방망이 껴안고 조는 거라던가 .. 이거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다. 뭐 .. 억울하면 네가 감독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쩝.
그 .. 일행 중에 나이 좀 있었던 .. 왜 홍콩 뜨려다가 벌집되어 죽은 아저씨. 갑자기 이성재 편으로 돌아서는 계기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개연성이랄까 조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고. 중간에 원정 강도 떴던 돈 다 들고 튀는데도 모두 자는 척 묵인하고 보내주는 것 역시 설득력이 좀 떨어졌다. 뭔가 동지 비슷한 의식을 전달하려 한 것 같긴 한데 .. 그게 어떻게 묵인이 되지?=_= 결국 혼자 살아 보겠다고 돈 들고 나른 거 아닌가? 내가 지강헌이었다면 아마 끝까지 찾아내 반죽여놨을거다. (하긴 .. 어쩌면 이래서 결국 GONS 보통 사람 그릇 밖에 안 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_=) 그런 어떻게 보면 배신한 옛 동료들 죽기 전 마지막 통화하는데 모두들 분개하는 건 솔직히 조금 오버였다. 특히 그 막내로 나왔던 .. 여장도 하고 했던 사람. (이름은 모르겠다) 연기가 전체적으로 좀 산만하고 어색했음. 임호 살짝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장세진도 고향이 전라도인지 전라도 사투리 계속 써 가면서 연기하던데 이 사람 연기도 살짝 아쉬웠음.(아마 처음 봤던 게 조폭마누라였던 거 같은데 .. 나이는 좀 있는 거 같은데 그다지 연기가 와 닿지가 않는다) 반쪽(절반이었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화 내던 그 초코파이 좋아하던 역 하신 배우분(역시 이름 모름)은 그나마 연기 괜찮으셨다. 마지막 총 맞고 난 이것만 원없이 먹으면 좋겠어 하던 씬은 좀 억지긴 했지만 그건 연기력에 관한 부분이라기 보단 상황 설정 자체가 좀 억지였으니. 영화 맨 처음에 용역반원들 철거에 반항하다 사살당하는 몸 불편한 동생도 연기 좀 아쉬웠고. 무슨 관련 법 조항 읊어가며 무기도 없는 동생 공무집행방해라며 사살하는 최민수도 조금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영화 중간 언론의 보도들도 참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실제 지강헌 일행은 모두 절도 위주의 시쳇말로 "잡범"들이었다. 뉴스에서 떠들어 댄 것처럼 무식하게 흉악한 "강력범"들이 아니었다는 거다. 뉴스를 보면서 우리는 강간범이 아니다라고 읊조리는 장면은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언론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세력이다. 제아무리 100% 공정보도라고 해도 결국 그 뉴스란, 그 정보란 누군가에 의해 1차적으로 걸러지고 판단되어 방송 탈 수 밖에 없는 것. 당시 상황에서라면 국가라던가 상부로부터의 외압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 그러한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얼마전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들었던, 모 방송사 사원이 사옥 옥상에서 투신 자살했는데 이게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싹 묻혀 버렸다는 얘기는 그래서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혹자는 탈주범 잡는데 절도범이라고 소개하면 어떻고 강력범이라고 소개하면 어떻나 하겠지만 그 사소한 차이가 바로 언론의 레벨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잣대일게다. KBS 관련 방송 실제 당시 뉴스 화면을 보니 겁에 덜덜 떨게 보도를 하더라. 그래서 침입한 집 인질들이 모두 그렇게 벌벌 떨었던 거겠지.
영화 마지막 부분에 보면 이성재가 자해를 하고 조안 소리지르는 동안 경찰에게 업혀 나가는데 위 KBS에서 당시 녹화된 상황을 보니 실제로도 업혀서 나가더군. 제일 어린 녀석 내보낸 것도 그렇고(이제 곧 만기출소한다고 하던데) .. 지강헌 역시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말 마치고 유리로 목을 찔러 자해를 했고. 자살하게 된 경위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두 명이 먼저 자살한 것도 그렇고, 총알이 없어 유리로 자해한 것도 똑같고. 막판에 경찰 기동대 투입되고 나서 영화에서는 다 내보내고 최민수 혼자 방에 들어가 총으로 사살하고 나와 방치한 채 나와 인터뷰하지만 (이건 좀 영화상에서 극적 장치를 노리고 오버한 것 같다) 실제로는 자해 후 놓여 있던 총 집어 들어 지강헌이 자살하려 하자 인질을 쏠 수도 있다라는 판단을 내린 당시 기동대원이 사살했다고 한다. 뭐 .. KBS 당시 화면 보니 총으로 쏴 놓고 무진장 업고 골목을 달리더만. 응급실에라도 데려가려고 했던 걸까. 중간에 먼저 나온 당시 막내였던 분은 20여 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올해 3월인가 만기 출소를 한다고 한다. 참 .. 감회가 새로울 거 같기도 하고.
짜투리 얘기 좀 하자면 실제 사건 당시 지강헌이 경찰에게 홀리데이 음반을 구해달라고 해서 마지막 순간 그 음악을 들었다는 건 이미 아실 분들은 다 아실 꽤 유명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영화 제목도 홀리데이가 된 걸테고. 하나 흥미로운 것은 당시 지강헌이 요구한 것은 비지스의 홀리데이였는데 경찰이 건넨 음반은 스콜피온의 홀리데이. 감독이 지강헌 죽어서라도 영화에서나마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을 수 있도록 비지스의 곡을 선택했다는 후문. (이미 안성기박중훈 비속에서 싸우던 그 영화에서 한 번 써 먹긴 했지만..) 최근 난리 났던 신창원-유영철 라인이 바로 지강헌을 행동 모델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재미있는건 그들이 옥중에서 쓴 일기에 홀리데이 가사가 적혀 있기도 했다고.
두어 번 등장하는 "세상에 대해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말 할 수 있는 자유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라는 대사,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메세지이다. 이 메세지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지강헌 화두와 겹치며 홀리데이라는 영화가 나왔다. 메세지 전달은 확실했으나 .. 뭔가 아쉬운 마음을 떨어버리기 힘든 마음은 안타깝다. 만드라면 만들지도 못할 녀석이 입만 살아서 나불댄다 - 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런 리뷰글 넘어 다니며 다른 사람들 생각 읽고 다니는 것도 무시 못할 즐거움이기에. 또 한 번 이렇게 과연 몇 분이나 읽을 지 모를 초초장문을 토해 놓는다. 투사부 처럼 폐급 영화까지는 아닌데 ..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아 추천하기에는 조금 주저되는. 그런 별 세 개 반짜리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