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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미친듯이 더워지고 슬슬 시작되려 하는 학교 기말고사 시즌의 압박은 예비 4학년생들을 죄어 오기만 하는데. 학교는 교직원들 파업이라고 개판오분전이지만 그래도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 시즌은 돌아와 학교 곳곳이 축제 분위기로 들썩거린다. 그 축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총학에서 주최하는 여름 공포 영화제~이틀간 밤 10시~새벽 2시까지 학교 노천극장에 스크린 걸어두고 맥주+과자 무료 제공! 이 기회를 놓칠쏘냐 애인님 손 꼭 부여잡고 보러 갔더랬다.
17일날 상영 영화가 셔터랑 그루지였는데 .. 일단 셔터 끝나고 상영한 그루지(주온의 헐리우드판)는 30분 정도 꾹 참고 보다가 시간 아까워 결국 그냥 일어나 나왔다. 완전 주온 주인공만 서양인으로 바뀐 거더만. 뭔데 대체?-ㅅ-;; 셔터는 포스터만 여러번 보고 아직 보지 못했었는데 솔직히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봤다. 태국 영화라는 거 본 적도 없었거니와 .. 사진을 찍으면 귀신이 나온다는 설정 역시 흔히 들을 수 있는 진부한 소재였고. 그랬는데 .. 와우. 영화는 상상 이상이었다.
소재는 정말 태어나 지금껏 들어왔던 모든 귀신이야기의 종합선물세트 정도의 느낌이다. 귀신의 비주얼이라던가 등장 타이밍 역시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그리고 조금은 뻔한 전개, 뻔한 이야기. 하지만 불가사의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러한 뻔한 내용만으로도 관객들을 자유롭게 제어하며 공포로 끌고 간다는 것. 나올 거 뻔히 아는데도 온몸을 쭈뼛하게 만들고, 자 이제 귀신 나옵니다 깔아주는 음악에 내심 준비해 보지만 항상 예상보다 살짝 핀트 어긋나게 튀어나와 깜짝 놀래키는 녀석들은 관객들을 점점 영화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조금은 뻔할 수 있는 전개, 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 어딘지 익숙한 귀신의 등장수법과 움직임.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감독이 의도하는 대로 무기력하게 당하고, 놀라고, 쭈뼛하고 만다. 그래서 왠지 더 분한, 알면서도 당하는 게 더 그렇지만 왠지 싫지는 않은, 그런 묘한 기분? 전체적으로 흐르는 음악과 효과음이 정말 제대로다. 누군지 궁금해서 좀 찾아보니 태국 사람인 듯? 자세한 프로필은 나오질 않네. 82년생이라는 귀신 역할 맡은 여배우는 분장 안 한게 더 무섭다. 어디서 그런 친구를 찾아낸 건지. 케켁. 영화가 이렇게 끝나나 .. 싶더니 갑자기 마지막에 몰아치는 반전도 깔끔하다. 영화 맨 마지막 장면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편집. 전하고자 하는 듯한 "오뉴월서리" 메세지 역시 나름 제법 와 닿았고 말이지.
별 반 개 뺀 거는 신선하고 독창적이지 못했던 그런 익숙한 플롯과 영화적 장치들 핑계로 억지로 반 개 내린 거다. 영화 자체에 대한 감상으로는 별 다섯 줘도 무리 없을 듯한 느낌. 동양적인 호러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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