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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2006/06/13 01:47

86 멕시코 월드컵 - 6살. 기억에 없다. 나중에 주워 들은 바로는 32년만의 본선진출에 한국 월드컵 첫 골이 이때였다지, 아마. 24강.

90 이탈리아 월드컵 - 초등학교 3학년. 여전히 기억에 없다. 32강.

94 미국 월드컵 - 중학교 1학년. 어리버리 최인영 욕한 기억밖에 없구나. 서정원 아저씨 스페인전 동점골에서는 우리가 정말 뭔가 해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미 약팀에 약하고 강팀에 강한 한국은 바로 볼리비아와 비기더군. 젊은 날의 명보오빠 독일전 멋진 중거리슛. 책받침에 연필이 아닌 볼펜으로 글씨를 쓴다는게 마냥 어색하기만 했던 94년. 32강.

98 프랑스 월드컵  - 고등학교 2학년. 월드컵 최초 선취골의 기쁨은 백태클과 함께 사라지고 .. 4년뒤 한국에게 4강을 선사해 줄 히딩크 감독의 5:0 선물. 머리터져 붕대감는 투혼이 벨기에전 임생이 아저씨부터 시작했지, 아마. 1년 뒤 고3이 된다는 사실도 잊고 시간표 맞춰가며 많은 경기 챙겨보던. 32강.

02 한일 월드컵 - 이등병 5개월. 100일 휴가도 아직 못 나간 자대 배치 1주일차 어리버리 내무실 막내, 하늘같으신 고참님들의 은혜로 간신히 구석에서 TV 구경하다. 뉴스에서 소개해주던 거리응원이라는 거, 나도 정말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히딩크 신화, 새삼 다시 끄적일 필요 있나. 4강.

06 독일 월드컵 - 대학입학 6년차 예비역 복학생. 4학년의 압박 속에 기말고사와 계절학기라는 종합선물세트에 치이다. 4년 전, 다음 월드컵 때엔 기필코 참여하고 말거라고 벼르던 거리응원은 정작 이젠 여유랄까 나가서 그럴 체력이 없어 . 2002년 워낙 대박판을 벌여놔서 국민들 기대가 너무 커져 있는게 플러스로 작용할지 마이너스로 작용할지가 관건.

10 남아공 월드컵 - 아마도 나름 직장인 4년차?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인생은 재미있을까 재미없을까. 긴 인생 걷기 시작한 남자 나이 서른에 제대로 길 걷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런지 어떨런지.

 

2006년 6월 TV만 틀면 하루종일 월드컵 얘기에 여기저기 빨간 옷들에 확실히 올해 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는 느낌이 없잖아 있긴 하다만 .. 뭐 그것도 평소 나라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없었으면 그럴까. 가뜩이나 살기 팍팍하고 힘든데 어차피 가끔씩 벌여지는 판이라면 한 번쯤 모른척 눈 딱 감고 속는듯 휩쓸려 주는 것도 그리 썩 나쁜 선택 같지는 않은데.

물론 휩쓸리든 안 휩쓸리든 그건 개인 자유겠다만 자기가 관심없다고 해서 나름 축제 즐기려는 사람들 내려다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 차는 건 결국 거울보고 혀 차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는 걸테다. 그렇게 혼자 깨어 있는 척 혀 차고 있다고 누가 쿨하다고 박수라도 쳐 준답니까. 얼마전 대학축제 기간에 자기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시끄럽다고 항의하던 초고도근시 한 찌질이 대학생이랑 다를게 뭐냐. 뭐 .. 글 쓰는데 요 아래 축구공 아이콘 미션오그림판인가 뭔가하고 트랙백 목록 펼치지도 않았는데 달려있는 A조부터 H조는 솔직히 좀 오버한 거 같긴 하다만 그걸 가지고는 바로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양 SK 어쩌고 싸이글루스 어쩌고 혼자 광분해서 떠들어대는 사람들은 좀 웃기다, 솔직히. 마음에 안 든다는 말이 무슨 얘기인 줄은 알겠지만 또 한편에는 만만치 않게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마시랍. 다수의 사람이 좋아하니 소수의 의견쯤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식의 논리는 아니다. 다만 다수는 축구 관심 없다는 소수에게 손가락질 하지 않는데 그 잘난 소수는 뭐가 그리 잘나서 다수를 가리키며 우매한 대중들 어쩌고 혀를 차고 있는 건지. 혼자 무슨 쿨한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라구요. 당신이 축구 안 본다고 누가 욕하지 않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축구에 빠져 산다고 당신이 혀 찰 계제도 아니지 않나? 무슨 잡설들이 그리 많은지.

.. 고로 GONS는 멋지게 축제 속 빠져서 즐겨 주실 거랍니다. 그러니 생각없다고 손가락질 하려거든 하세요 :D 히딩크가 일본을 3:1로 잡았네요 ~ 골키퍼 밀쳐가면서까지 선제골 넣었는데 이렇게 져버렸으니 응원한다고 먼저 집으로 간 우리 기자 아저씨들 힘빠져서 어떡하나 orz

그나저나 기말고사 남은 시험 3개, 제출할 레포트 하나, 그리고 바로 시작될 계절학기는 5학점. 입학해서 2년 진탕 뒹굴고 논 대가 아주 톡톡히 치르는 구나. 흙. 벼락치기막판 총정리 겸 도서관에서 뒹굴다 암울해져서 들어와 주절주절 신세한탄 한 판. (긁적)


2006 독일!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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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