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물여섯 남짓 살아오면서 책이 되었든 드라마가 되었든 영화가 되었든 매체를 읽고 보고 얻은 공감으로 눈물을 흘려 본 적이 정말 손에 꼽는다. 좀 뜬금없긴 하지만 차례로 꼽아보자면, 먼저 초등학생 때 읽었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극중 제제가 아버지 생일선물인가 뭔가를 준비하다가 무슨 일 때문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오해를 받아 아버지가 혁대를 풀어 제제를 마구 때리는 장면이 있다. 제제 속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맞으면 맞을 수록 더욱 독기를 품고 욕설을 퍼붓던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던 게 아마 내 기억 속 첫 눈물인 듯. (아, 그렇다고 GONS가 혁대를 맞고 자랐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ㅅ=;;)
그 다음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시 GONS 초등학교 시절 최수종/김희애 메가히트작 MBC드라마 <아들과 딸> 마지막 회였나. 이름이 귀남이(최수종), 후남이(김희애)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과일이었나 뭔가를 엄마가 귀남이한테만 먹으라고 주니 귀남이가 왜 후남이한테는 먹어보라는 얘기 안 하냐는 질문을 대뜸 던지고, 당황한 후남이 자기는 괜찮다며 상황을 수습하려는데 복받친 엄마가 통곡을 하며 꺼이꺼이 그간 힘들었던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 바야흐로 드라마의 절정이자 화해를 이뤄내는 극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는 이 장면에, 대체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GONS는 왜 공감을 해 버린 것일까=ㅅ=; (당연히 자식 키우면서 힘들어해 본 경험은 없다 -ㅅ-;;)
그 다음이 시간 좀 건너뛰어서 97년 박신양과 최진실 주연의 영화 <편지>. 당시 나름 흥행도 좀 하고 배우들 상도 좀 탔던 걸로 기억하는데 ..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VTR로 인사하던 박신양이 갑자기 걸려와 메세지를 남기는 최진실 목소리에 복받쳐 브라운관 속에서 오열을 터뜨리던 바로 그 장면, 통곡을 하며 행복하자 다짐하던 그 장면에서 얼래얼래 하면서 GONS도 그만 같이 눈물을 .. 안 믿으실지 모르지만 사실 GONS, 은근히 감수성이 예민한 구석이 있다=ㅅ= (과연)
.. 그리고 올해가 2006년이니까 <편지> 이후 거의 10년만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보면서/읽으면서 눈물을 흘려 봤다. 그게 바로 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주 뺨 타고 흐르더만. 가슴 벅차오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 뭐랄까 꽉 차오르는 느낌?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낌이라 적응이 안 될 정도더라. 개인적으로 타케우치 유코사마(!!)를 납치(라고 생각했다)해 간 나카무라 시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 통해 이미지 180도 바뀌고. (시도 본 것도 일본 있을 적 왁스 광고나 철인13호였나 좀 암울한 영화에서 봤던 터라) 후하면서도 은근히 짠 GONS표 제멋대로 별점 영화 카테고리 사상 두 번째 별 다섯 되겠다. 마음 같아서는 다섯 개 더 붙여서 열 개를 하던, +를 붙여서 (5.0+)를 만들어 버리고 싶지만 힘겹게 자제 중.
길어지니 가립니다
// 곧바로 이어지는 스포일러 (드래그하면 나타나요~)
일단 영화가 너무 예쁘다. 원작이 따로 있다는 스토리도 최고. 어떻게 생각하면 참 유치할 수 있는 설정이긴 하다, 서로 좋아했는데 서로 속마음도 모르고 겉으로만 뱅뱅 돌다가 나중에 뒤늦게 알게 되는 그런 상황? 학교에서 서로 몰래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나, 마지막에 롤링페이퍼 받는 거, 볼펜 핑계로 서로 망설이던 것 등등 뒤늦게 밝혀지는 것이긴 하지만 그다지 새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좋긴 했지만.
대박은 그 다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죽었던 미오(타케우치 유코)가 ‘비의 계절에’ 다시 살아돌아온 게 아니라 사실은 훨씬 이전의 과거로부터 왔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갔다는 설정은 정말 멋졌다. 그리하여 사소한 오해로 자칫 멀어질 뻔 했던 미오와 타쿠미(나카무라 시도), 그게 꼭 타쿠미와 결혼해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타쿠미와 결혼한 자기는 죽어 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아들 유우지를 이 세상에 데려오고 싶다, 정해져 있는 내 삶이라면 피하지 않겠다, 라며 발걸음을 돌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쓰는 편지. 그리고 그 마지막 구절. “이마, 아이니 유키마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앵글 잡히면서 OST 몰아쳐 주시는데 .. 우와~이건 정말 .. 이어져 다시 등장하는 익숙한 그 해바라기 밭(?). 차이라면 이제 타쿠미의 기억 속이 아닌, 미오의 기억 속의 해바라기 밭이라는 것 쯤일까. 떠듬떠듬 어색하게 서 있는 타쿠미에게 다가가 이유있는(!) 여유로 “우리는 다 잘 되게 되어 있다”며 불안해 하는 타쿠미를 안아주는 미오. 그리곤 수줍은 웃음과 함께 가볍게 날려주시는 “스키요~” 대사, 완전 .. 쓰러진다 ;;; ( ... ) 전혀 상관없는 얘기지만 이후로 컴퓨터 바탕화면이 바로 해바라기밭 장면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 .. ( .. )
도무지 어린애로 보이지 않는 의젓한 유우지의 연기도 진정 멋졌다. 아직 다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드라마판에서도 똑같은 애가 유우지 연기하더라. 드라마도 꽤나 수작이라는데, 시간 나는대로 한 번 정복해 볼 생각임. 인형을 거꾸로 매달아 두던거, 미오가 남겨준 동화책 계속 읽던 거, 요리가 서툰 타쿠미를 격려하며 먹을 만 하다며 의젓한 척 하는 유우지, 미오가 ‘돌아온 날’, 선생님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고 해 놓고는 아차 싶어 비밀이라서 얘기 못한다며 곤란해 하는 유우지는 분명 영화를 함께 굴려가는 숨겨진 힘이다.
앞으로 십수년 동안 계속 생일케익을 배달해달라는 미오, 계란 보기 좋게 깨뜨려 넣는 법, 후라이 예쁘게 뒤집는 법을 가르쳐 주는 미오, 일기장, 동화책, 자신이 없더라도 갑자기 불편해지지 않도록 하나하나 준비해 놓는 미오, 이상하게 첫키스 같다고, 잠자리가 조금 무섭다고 하던 것도 나중에 모든 상황이 파악되고 난 다음엔 아 그랬구나 그랬구나 깨달음의 연속인 거다. 이런 마지막에 모든게 뒤집히며 밝혀지는 거 완전 개인적 취향인지라^-^; 특히나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그게 너무 예쁘게 그려지기까지 했으니 이거야 뭐 완전.
아, 덧붙여 영화 마무리도 너무 좋았다. 발뒤꿈치 들지 말라고 서로 엄포를 놓으면서 정작 돌아서 서니 은근슬쩍 발뒤꿈치 드는 아버지 타쿠미. 이런 깔끔하면서도 잔잔한 마무리 너무 좋아함! (완전 개인적 취향) -ㅅ- ;;
// 스포일러 끝
멜로 영화랄까 일본 영화랄까 많이 본다고 봤는데 지존급 영화다. 흠을 찾으려고 들면 어디 흠이 없겠냐만은 ‘굳이’ 흠을 찾으려 들고 싶지 않은, 그냥 그대로 두고 몇 번이고 돌려 보고만 싶어지는 그런 영화. DVD 소장가치 절대 필수다. 이런 영화 본 게 정말 얼마만인지. 아직 못 보신 분들 계시면 꼭 구해다 보시길 “간청”드린다.
날은 더운데 따뜻하게 가슴 아릿해지는 영화 한 편 보고 싶으신 분들, 흐뭇하게 웃으면서 눈물 한 번 흘려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요추천드리는 바이다. 최고의 영화.